라디오스타 980회 장기하 ‘산산조각’…무성영화 먼저 만든 이유

9월 9일에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 980회 ‘감이 차오른다∼ 가자! 아티스트’ 특집에서는 장기하가 첫 솔로 정규 앨범 ‘산산조각’을 만들기 위해 시를 쓰고 무성영화를 먼저 완성한 뒤 영상에 맞춰 음악을 만든 독특한 작업 방식이 공개된다.

대화 억양에서 탄생한 ‘너나 나나’

장기하는 자신의 첫 솔로 정규 앨범 ‘산산조각’을 직접 소개한다. 솔로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 선보이는 정규 앨범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곡을 만들고 하나의 작품으로 묶었는지 제작 과정부터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타이틀곡은 ‘너나 나나’로, 특별한 문장이나 거창한 주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평소 사람들과 대화할 때 무심코 사용하는 억양에서 다시 한번 음악적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라고 설명한다.

새 앨범 이야기는 곧바로 무대로 이어진다. 장기하는 ‘라디오스타’에서 ‘너나 나나’의 무반주 라이브를 처음 선보이며 자신의 목소리와 말맛을 그대로 들려준다. 재치 있는 가사와 익숙한 말의 억양을 비튼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스튜디오에서는 웃음과 감탄이 함께 터졌다는 후문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음악으로 옮겨온 장기하 특유의 방식이 신곡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시를 먼저 쓰고 무성영화를 완성한 앨범

앨범 제작 과정에서는 더욱 낯선 순서를 택했다. 장기하는 늘 해오던 방식과 다른 작업을 시도하고 싶었다며 먼저 자신이 직접 한 편의 시를 썼고, 그 시를 여러 감독에게 전달했다. 감독들은 시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장기하는 완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직접 연기까지 하며 약 30분 길이의 무성영화를 먼저 완성했다.

보통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에 맞춰 영상을 제작하는 순서와는 정반대였다. 장기하는 영화의 최종 편집본이 완성될 때까지 음악을 먼저 정하지 않았고, 영상이 나온 뒤에야 장면과 움직임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진 영상의 단 한 프레임도 수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의 장면이 요구하는 리듬과 분위기에 맞춰 음악과 가사를 붙여나갔다고 밝힌다.

여기서 시는 영화의 출발점이 되고, 영화는 다시 음악의 기준이 된다. 하나의 시가 시나리오와 연기를 거쳐 무성영화로 변하고, 그 완성된 영화에 다시 음악이 입혀지는 순서다. 출연진도 음악부터 시작하지 않고 영상에 자신을 맞춘 장기하의 작업 방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밀수’와 ‘베테랑2’에서 익힌 작업 방식

이 같은 시도가 가능했던 데에는 영화 음악 작업 경험이 있었다. 장기하는 영화 ‘밀수’와 ‘베테랑2’의 음악을 작업하면서 이미 완성된 영상 속 장면과 인물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했다. 영화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장면에 필요한 소리를 찾아가는 방식이 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한 편의 시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무성영화와 대중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두 작품으로 완성됐다. 장기하는 음악과 영상이 어느 한쪽의 부속물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함께 놓였을 때 한 쌍처럼 이어지는 형태를 만들었다고 밝힌다. 실제 ‘산산조각’ 프로젝트도 영화와 음반이 같은 출발점을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내 음악 듣고 뒷말 많이 나왔으면”

자신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숨김없이 밝힌다. 장기하는 “내 음악을 듣고 뒷말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모든 사람이 무난하게 좋아하는 음악보다는 듣는 사람마다 좋고 싫음이 뚜렷하게 갈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음악이 아무 반응 없이 지나가기보다 누군가의 입에 오르고 평가가 갈리는 편을 더 반긴다는 뜻이다.

과거 자신의 음악에 날카로운 반응이 나왔을 때도 기분 나빠하기보다 자신이 음악의 경계에 걸쳐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만족감을 느꼈다고 밝힌다. 팬들의 대응 방식도 장기하다운 웃음을 만든다. 자신의 곡에 악성 댓글이 달리면 팬들이 그의 노래 ‘그건 니 생각이고’를 끌어와 응수한다고 전해 스튜디오를 웃게 할 예정이다.

김윤석의 “가만히 있어라”가 노래로

배우로 활동하며 김윤석과 맺은 인연도 공개한다. 장기하는 영화 ‘바이러스’ 출연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역할이 크고 분량도 많아 부담을 느꼈고, 한 차례 출연을 고사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자신을 작품에 추천한 사람이 김윤석이었고, 김윤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을 권유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한다.

촬영이 시작된 뒤에도 김윤석의 관심은 이어졌다.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찾아 장기하의 연기를 지켜보고 여러 조언을 건넸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 말할 때 손동작을 많이 사용하는 장기하에게 움직임을 줄이라는 뜻으로 “가만히 있어라”라고 했던 말은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의 머릿속에 남았다.

결국 그 한마디는 음악으로 이어졌다. 장기하는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라는 한 문장을 약 6분 동안 반복하는 곡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배우 선배에게 들은 연기 디렉션이 일상적인 말의 리듬을 거쳐 하나의 노래가 됐다는 설명에 스튜디오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스윙스가 꼽은 ‘게임 체인저’

함께 출연한 스윙스와의 특별한 만남도 이어진다. 스윙스는 최근 힙합계에서 라임이 없는 랩이 하나의 흐름처럼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하의 음악이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특히 장기하를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하며 음악적 영향력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밥을 먹는 순간에도 장기하 특유의 선택 기준은 이어진다. 그는 식사를 할 때 밥과 국, 반찬 가운데 무엇을 먼저 먹을지, 어떤 음식을 어떤 조합으로 먹을지 여러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따져본다고 밝힌다. 달걀 프라이에는 아예 간을 하지 않는 자신만의 이유까지 설명하며 일상에서도 세세한 선택을 즐기는 ‘식탁 위의 아티스트’ 면모를 보여준다.

시에서 무성영화를 만들고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산산조각’의 제작 과정은 장기하가 익숙한 순서를 뒤집어 새로운 결과를 만드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 정해진 방식보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작업 순서까지 바꾼 선택은 어떤 음악으로 완성됐을까?

장기하가 첫 솔로 정규 앨범 ‘산산조각’의 제작 과정과 음악 철학을 풀어놓는 모습은 9월 9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 980회 ‘감이 차오른다∼ 가자! 아티스트’ 특집에서 공개된다.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