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574회 엄마를 기다리며

9월 5일에 방송되는 KBS1 ‘동행’ 574회에서는 뇌출혈로 입원한 엄마를 기다리며 세 아이와 아빠가 서로의 자리를 지키는 이야기가 공개된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첫째 지윤이

요즘 지윤이에게는 좀처럼 쉴 틈이 없다. 요리와 청소 같은 집안일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3살 막내동생 하준이까지 돌봐야 한다. 울고 보채면 달래고, 씻기고, 끼니를 챙기는 일까지 이어지면서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집안에서 살림과 육아를 함께 맡는 일은 쉽지 않다. 지윤이는 아직 어린 동생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낸다. 매일이 전쟁처럼 바쁘지만 맡은 일을 묵묵히 이어가는 이유는 병원에 누워 있는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엄마 경미 씨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입원 기간은 벌써 세 달째로 접어들었고,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최근 일반 병동으로 옮겨왔지만 아직 가족과 소통할 수 없고 스스로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상태다.

엄마가 쓰러졌던 날 가장 먼저 이상함을 알아챈 사람도 지윤이였다. 아침이 됐는데도 엄마가 일어나지 않자 처음에는 많이 피곤한가 보다 하고 그대로 뒀다. 이후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윤이는 119에 신고했고, 그날의 기억은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있다.

그날의 시간이 떠오를 때마다 지윤이는 자신이 조금 더 빨리 움직였으면 어땠을지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신고했다면 엄마가 지금보다 나았을까,’라는 후회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를 깨우던 평범한 아침이 이제는 다시 만나고 싶은 일상이 됐다.

지윤이에게 그리운 것은 특별한 순간만이 아니다. 아침마다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와 엄마가 차려주던 따뜻한 밥, 당시에는 듣기 싫었던 잔소리까지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 됐다. ‘언제쯤 엄마가 집으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하루하루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걱정만 붙들고 있을 수 없는 것도 지윤이가 처한 현실이다. 엄마가 건강하게 돌아오기 전까지 어린 동생들을 챙기고 집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자신의 불안함을 뒤로 미룬 채 해야 할 일을 이어가는 시간이 지윤이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홀로 가족을 지켜야 하는 아빠의 무거운 어깨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부부의 생활은 시작됐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품고 두 사람은 가족을 꾸려왔다. 행복한 날을 바라며 함께 버텨왔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경미 씨의 병은 종덕 씨에게 더 큰 무게로 남았다.

종덕 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궂은일을 가리지 않았다. 에어컨 설비부터 건설 현장 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니며 가족의 생활을 지켜왔다. 하지만 아내가 쓰러진 뒤에는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앞서고, 병원에 누운 아내를 볼 때마다 미안함이 커진다.

경미 씨가 입원한 뒤 종덕 씨의 하루는 이전보다 더 바빠졌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 일용직 공사 현장을 찾고,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밤낮으로 일을 이어가도 병원비와 간병비를 감당하기에는 형편이 빠듯하다.

간병인 비용만 하루 17만 원이 들어간다. 계속 일을 한다고 해도 매일 쌓이는 간병비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하고 병원비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세 아이만 집에 둔 채 병원에서 아내 곁을 계속 지킬 수도 없어, 종덕 씨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여기에 막내 하준이에 대한 걱정까지 겹쳤다. 하준이는 또래보다 언어와 행동 발달이 느린 편이다. 아직 어리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만 3살인 지금도 “엄마, 아빠.”라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더 늦기 전에 발달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준이의 상태를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도 무겁다. 아내의 치료와 간병 문제, 세 아이의 생활을 책임지는 일에 더해 막내의 발달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쓰러진 뒤 감당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종덕 씨의 어깨에 놓인 가족의 무게는 더욱 커졌다.

엄마를 기다리며 서로를 지키는 가족들

병원 생활이 길어지자 종덕 씨는 아이들의 마음에 그늘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엄마가 집을 비운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아이들이 견뎌야 할 그리움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씩씩하게 엄마를 기다리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고마움이 앞선다.

중학교 1학년인 지윤이에게도 엄마의 빈자리는 크다. 아직 엄마가 필요한 나이이고 힘들고 불안한 순간도 많지만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아빠의 고생을 알고 있어 아빠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어 한다.

둘째 하윤이도 가족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탠다. 특히 막내 하준이를 챙기는 일에서는 큰 몫을 맡는다. 동생과 놀아주고, 떼를 쓰면 훈육하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아빠와 언니를 대신해 하준이의 등원까지 책임지고 있다.

가족은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어간다. 아빠는 병원비와 간병비를 마련하려 일을 찾고, 지윤이와 하윤이는 집과 막내를 챙기며 서로의 빈자리를 메운다. 모두가 바라는 것은 예전처럼 다섯 식구가 한집에 모이는 일이다.

마지막까지 가족이 붙들고 있는 바람은 평범한 일상이다. 엄마가 건강하게 돌아와 아침을 함께 시작하고, 한집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내던 시간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다. 지금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그날을 기다리며 가족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지윤이와 하윤이가 막내를 돌보고 종덕 씨가 생계와 간병비를 감당하며 지키는 하루의 끝에는 엄마가 돌아올 자리를 함께 지키려는 가족의 기다림이 남는다. 다섯 식구가 다시 한집에서 평범한 아침을 맞는 날은 언제 찾아올까?

지윤이네 가족이 엄마의 회복을 기다리며 하루를 버텨가는 과정은 9월 5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KBS1 ‘동행’ 574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